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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루지 귀화선수 아일린 프리쉐 “독일 부모님도 한국행 이해”

여자 루지 귀화선수 아일린 프리쉐 “독일 부모님도 한국행 이해”

Posted 2017-08-09 07:14,   

Updated 2017-08-0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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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루지 귀화선수 아일린 프리쉐 “독일 부모님도 한국행 이해”
 “40도가 넘는 줄 알았다(웃음). 내가 계속 살 나라인데 어떡하지.” 

 지난해 8월 여권 발급을 위해 한국을 처음 찾았다 ‘찜통더위’를 처음 경험한 아일린 프리쉐(25)는 몹시 당황했다. 그런 더위는 난생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해를 지낸 올해는 한결 여유롭다. 프리쉐는 “이젠 적응됐다. 특히 (훈련지인) 평창은 1∼2주만 덥고 나머지는 시원한 편”이라며 웃었다.

 지난여름 특별 귀화한 프리쉐는 한국 루지국가대표팀과 함께 평창에서 훈련하며 한국에서 두 번째 여름을 보내고 있다. 그간 달라진 게 있다면 꾸준히 공부한 한국어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주세기 루지대표팀 코치는 “요즘에는 훈련 때 한국말로만 해도 다 알아듣는다. ‘몇 시까지 어디로 집합해라’ 하면 따로 말 안 해줘도 와 있다”며 웃었다. 사실 귀화 권유를 받기 전부터 K팝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따로 공부했을 정도로 프리쉐에게 한국은 낯설지 않은 나라였다.

 프리쉐는 2015년 독일 대표팀에 탈락한 뒤 선수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은퇴했지만 한국 국가 대표팀 감독인 슈테펜 자르토르 감독의 권유로 태극마크를 달고 다시 올림픽에 도전하기로 했다. 독일 대표팀에 있는 남자친구도 처음에는 국적을 바꿔서까지 올림픽에 나가야겠냐며 회의적이었지만 지금은 프리쉐의 가장 큰 지지자 중 하나다.

 올 시즌 훈련이 시작된 후 7월 짧은 휴가 때 이틀 본 게 전부인 부모님 역시 “도착하면 전화해”라며 쿨하게 딸을 한국으로 보냈다. 프리쉐는 “부모님은 내가 집에 없는 것에 워낙 익숙해서 괜찮다”고 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특히 겨울이면 유럽, 미국 전 세계로 대회를 다녀서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

 프리쉐는 루지 강국인 독일, 그중에서도 트랙이 있는 마을 중 하나인 알텐베르크에서 자라며 11세에 전문적인 루지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그때 학교에서 루지 트레이닝센터 견학을 갔다. 2인승 선수가 직접 스타팅 트랙 체험을 시켜준다고 했는데 많은 친구들이 위험해 보인다고 안 갔지만 나랑 몇몇 친구가 도전했다. 그때 스타트 구간만 살짝 해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루지를 시작하게 됐다.”

 남들은 무섭다고 도망가는 루지에 흥미를 느낄 만큼 프리쉐는 어려서부터 ‘위험한 일’을 좋아했다고 한다. “큰 나무에도 오르고 산도 뛰어다니던 활달한 아이였다. 그래서 루지라는 스포츠가 정말 잘 맞았던 것 같다.”

 15세 때부터 월드투어를 다닌 프리쉐는 “한국 선수들은 보통 19세 이후에 국제무대에 선다고 하더라. 한국 동료들이 국제무대 경험이 4∼5년 정도 된다. 독일에서는 실전 경험 위주로 훈련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공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프리쉐가 말하는 루지의 매력은 단연 ‘스피드’다. “0.001초로 질 수 있다. 이렇게 찰나를 다투는 스포츠는 없다. 이기고 싶다면 완벽해야 한다.” 루지가 아닌 것에도 완벽주의자적인 성격이냐는 질문에 프리쉐는 “불행하게도 그렇다”며 웃었다. ‘열공’ 중인 한국어도 마찬가지다. “완벽하게 하고 싶어 해 뭘 하든 너무 오래 걸린다. 하지만 배우는 것 좋아한다. 아마 한글도 평생 배워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요즘에는 완벽하지 않은 것에도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이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