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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 속 벌거벗은 여성, 인권의 눈으로 본다면

미술 작품 속 벌거벗은 여성, 인권의 눈으로 본다면

Posted January. 13, 2018 07:56   

Updated January. 13, 201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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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은 새로운 세기의 키워드다. 이 책 ‘불편한 미술관’ 역시 그렇다. 미술의 역사를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잣대로 들여다봤다.

 책의 부제는 ‘그림 속에 숨은 인권 이야기’다. 여성혐오, 인종차별, 이주민과 장애인의 인권 문제 등 최근 집중적으로 부각되는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미술 작품을 논의한다. 작품성을 따질 때 기준이 되던 예술적 가치가 아니라 인권의 관점에서 작품을 보는 것이다.

 가령 폴 고갱(1848∼1903)의 ‘죽은 이의 유령이 본다’는 타히티에 머물던 고갱이 벌거벗은 채 엎드린 소녀를 그린 그림이다. 여성을 성적으로 ‘만만한’ 존재로 그렸다는 것뿐 아니라 이렇게 그려진 여성이 프랑스의 식민지인 타히티 여성이라는 점도 저자의 인권 관점에선 문제로 읽힌다. 타히티를 무대로 삼은 그의 그림들은 원초적 생명력을 지닌 예술작품으로 평가받지만, “여성, 특히 식민지 여성을 타자화하고 대상화하는 그의 시선은 두고두고 욕을 먹는 중”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개신교 외경에 등장하는 수산나에 관한 화가들의 작품과 시각도 흥미롭다. 홀로 목욕하다가 노인 재판관들에게 성관계를 강요당하는 수산나의 이야기는 많은 화가들의 화폭에 그려졌다. 렘브란트 판 레인(1606∼1669)은 수산나의 눈이 관객과 똑바로 맞춰지도록 한다. “나를 위해 증언해 달라”는 것처럼 보인다고 저자는 해석한다. 그러나 게르치노(1591∼1666)의 그림에선 재판관 한 명이 관객과 마주보고 손가락으로 입을 가린다. 관객에게 성범죄 행위에 침묵해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이다. “‘쉿! 같이 훔쳐보자고.’ 가해자는 우리였다. 공범은 우리였다.”

 저자가 적용하는 인권의 관점으로 매겨지는 그림의 의미는, 전통적인 예술사의 시각으로 보면 당혹스러운 측면이 적지 않다. 인권의 잣대가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림을 통해 인권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질 만하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