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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이후’를 위한 對北특사 파견의 조건

‘평창 이후’를 위한 對北특사 파견의 조건

Posted February. 13, 2018 07:57   

Updated February. 13, 2018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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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김정은이 여동생 김여정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을 초청함에 따라 우리 정부의 후속 대응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는 문 대통령의 화답대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의 여건을 만들기 위해선 북한은 물론이고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긴밀한 조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여권 안팎에선 문 대통령이 대북 고위급 특사를 파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벌써부터 몇몇 인사들이 특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대북특사 파견은 김여정이 사실상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온 만큼 이에 대한 답례 차원에서도, 평창 올림픽 이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도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성급히 추진할 경우 북한의 선전에 이용당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준비와 전략 아래 추진해야 한다.

 첫째,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과 정책조율이 이뤄진 연후에 파견해야 한다. 서둘러선 안 된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와 따로 갈 수 없다. 미국도 대화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을 100%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오해와 불신은 없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남북 간 대화 내용을 “미국에 귀찮아할 정도로 상세하게 알려주겠다”고 했다. 이런 상세한 공유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와 최소한의 대화 조건, 한미 간 역할분담 등을 논의해야 한다. 대북특사는 문 대통령의 대리인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신저 역할도 해야 한다.

 둘째, 대북특사가 김정은에게 전달할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한 비핵화여야 한다. 대북특사는 북한에 핵 포기 없이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남북관계 진전도 기대할 수 없음을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김여정 일행에게 북-미 조기 대화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비핵화를 에둘러 촉구했지만 대북특사는 뚜렷한 메시지로 북한의 미래를 얘기해줘야 한다. 그래야 김정은에게서 최소한 비핵화 문제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겠다는 약속이라도 받아낼 수 있고, 이후 정상회담 준비 협의를 통한 추가적인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셋째, 대북특사 파견과 남북 정상회담 논의가 대북 제재와 압박을 늦추게 만드는 빌미가 돼선 안 된다. 북한의 대남 유화공세에는 다분히 핵무기 개발 완성을 위한 시간벌기 의도도 깔려 있다. 여기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 특히 북한은 평창 올림픽 이후로 연기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아예 취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례적인 방어훈련을 협상 대상으로 삼아서도 안 되겠지만 북한의 뚜렷한 비핵화 의사표명도 없이 대북 압박이 이완되는 모습으로 비쳐선 북한과 함께 우리까지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고 말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북특사는 문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하면서도 무게감 있게 국제사회의 메시지를 김정은에게 전하는 인물이 돼야 한다. 과거처럼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가정보원장이 다시 대북 협상에 나서는 일은 부적절하다. 유엔의 평창 올림픽 휴전 결의 기간이 3월 25일까지다. 그 이후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예측불허다. 이제 한 달 반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