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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에너지 대계 탈원전 첫발부터 기습 결정

국가 에너지 대계 탈원전 첫발부터 기습 결정

Posted 2017-07-15 07:14,   

Updated 2017-07-1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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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탈(脫)원전을 위한 첫 번째 조치지만 충분한 논의 없이 아침 시간대 호텔에서 결정을 내면서 ‘날치기 도둑 이사회’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수원은 14일 오전 8시 30분 경북 경주시 북군동 스위트호텔 경주에서 이사회를 열고 재적 이사 13명 중 12명이 찬성해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을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정부가 공론화위원회를 꾸린 시점부터 적용되며 중단 기간은 3개월이다.

 한수원의 이번 결정은 1급 보안을 요하는 군사작전에 버금갔다. 한수원은 전날인 13일 오후 3시 경주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원전 건설 중단안을 가결하려 했지만 노동조합의 반대에 막혀 실패했다. 이에 이사회 개최 장소를 16km 떨어진 호텔로 잡았다.

 이사회 개최 시간 역시 이사회 개최 실패 바로 다음 날인 14일 오전 8시 30분으로 정했다. 한수원은 전날 오후부터 이사들에게 전화 및 문자메시지로 “오전 9시까지 참석해 달라”고 독려했다. ‘한수원이 다음 주초 이사회를 열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전날과 달리 노조 및 지역 주민의 감시도 적었다.

 한수원의 이번 조치에 ‘졸속 결정’이라는 비판이 각계에서 쏟아졌다. 이번 결정은 14일 오전 9시 20분경 시작해 약 30분 만에 이뤄졌다. 한수원 노조는 “이번 결정은 군사독재 시절에나 가능한 기습 졸속 통과”라며 “도둑 이사회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이번 결정은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과정과 다를 바 없이 국가 에너지 정책 결정을 군사작전하듯 추진했다”고 규정했다.

 한수원은 이번 결정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강조한다. 한수원은 “긴급 이사회를 여는 것이 결정의 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었지만 빠른 공론화를 하는 것이 국민 우려 해소에는 낫다고 판단했다”며 “이사들의 고뇌 어린 결정에 양해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한수원 이관섭 사장 역시 “빠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 혼란 상황보다 낫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이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정책의 진정성을 훼손했다는 시각도 나온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일시 중단을 결정한 국무회의도 20분 동안의 논의로 결론에 이르렀다”며 “충분한 논의와 설득이 필요한 사안을 군사작전하듯 하는 것은 절차적으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건혁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