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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을 그리다

Posted November. 15, 2018 07:38   

Updated November. 15, 2018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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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크리스티 경매 250년 역사상 최초로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5억 원에 팔려 화제가 됐다. 이 그림에 사용된 알고리즘 개발자는 ‘오비우스’라는 프랑스의 예술단체다. 놀라운 건 25세 동갑내기 예술가와 공학자 세 명으로 구성된 이 단체가 설립 1년 만에 세상을 놀라게 한 성과물을 냈다는 것이다.

 250년 전 산업혁명의 폭풍이 불던 시기, 영국 화가 조지프 라이트는 그림을 통해 당대 과학의 세계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림 속 과학자는 로버트 보일의 공기 펌프 실험을 재현하고 있다. 구경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새가 든 유리통 안의 공기를 진공상태까지 뽑아내고 있다. 어린 관객들이 끔찍해하며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 그는 다시 공기를 주입해 죽어가던 새를 기적처럼 살려냈을 것이다. 기체의 압력과 부피의 상관관계를 밝힌 ‘보일의 법칙’이 발표된 건 1662년. 라이트가 이 그림을 그렸을 당시, 공기 펌프는 이미 보편화된 과학 장비였고, 공개된 장소에서 돈을 받고 행해지던 과학쇼에 더 가까웠다.

 이 그림에서처럼 부유한 가정에서는 과학자를 집에 초대해 자녀 교육용으로 시연하기도 했다. 사실 라이트는 1765년 버밍엄에 설립된 ‘루너 소사이어티(Lunar Society)’의 회원이었다. 매달 보름달이 뜨는 날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밤샘 토론을 하는 모임이었다. 증기기관의 발명가 제임스 와트, 산소를 발견한 화학자 조지프 프리스틀리,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인 의사 이래즈머스 다윈, 기업가 매슈 볼턴, 도자기 사업가 조사이어 웨지우드 등이 회원이었다.

 라이트는 이 모임의 토론 내용을 토대로 당대 과학기술의 세계를 화폭에 기록함으로써 ‘산업혁명의 정신을 표현한 최초의 화가’가 되었다. 그림 속 창밖에 뜬 보름달은 예술가, 과학자, 산업가들이 만나 서로에게 영감을 주었던 루너 소사이어티를 상징하는 듯하다. 만약 라이트가 지금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다면 과연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