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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품은 ‘21세기 밥 딜런’ 켄드릭 라마 서울 공연

퓰리처상 품은 ‘21세기 밥 딜런’ 켄드릭 라마 서울 공연

Posted August. 01, 2018 08:25   

Updated August. 01, 201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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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litzer Kenny.’

 오후 8시, 공연 시작과 함께 대형 스크린에 이 문구가 나타났다. ‘퓰리처 받은 케니(켄드릭의 애칭)’란 뜻.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지난달 30일 열린 미국 래퍼 켄드릭 라마(31·본명 켄드릭 덕워스)의 첫 내한공연은 이렇게 대단한 스웨그(swag·과시)로 시작됐다.

 라마는 ‘21세기 밥 딜런’에 가깝다. 랩으로 음악의 문학성을 증명해 올 초 힙합 음악가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영예를 스스로 2만 관객 앞에 드러내며 포문을 연 것이다. 밥 딜런 내한공연 뒤 3일 만에 반세기 대중음악 역사를 쾌속 여행한 듯했다.

 라마는 자신의 유전자에 뭐가 들었는지 말해주는 ‘DNA’로 공연을 시작했다. 저격용 총과 산탄총을 번갈아 들듯, 장전된 단어를 리듬의 파도 사이 적재적소에 현란하게 꽂아대며 70분 동안 18곡의 랩을 했다.

 무대연출은 예상보다 단출했다. 세 개의 스크린에 짧은 영상이나 이미지를 반복해 투사했을 뿐. 지난 3년간 그래미와 BET 어워즈에서 보여준 거창한 연출은 없었다. 죄수복에 사슬을 감은 채 탈옥하거나 경찰차를 밟고 올라서 랩을 하는 극적 설정은 안 보여줬다. 랩의 내러티브에 집중하지 못하면 다소 지루할 수 있는 무대였다.

 에미넴 이후 최고의 래퍼로 불리는 라마는 지금껏 12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챙겼다. ‘Good Kid, M.A.A.D City’(2012년) ‘To Pimp a Butterfly’(2015년) ‘Damn’(2017년)…. 앨범마다 미국 사회의 위선을 뛰어난 랩 기술과 은유적 가사에 담아 극찬을 받았다.

 라마의 곡 중 ‘Alright’의 반복구 ‘We gon' be alright(우리 괜찮을 거야)’은 2015년 흑인 인권 운동의 송가다. 1950, 60년대 흑인 평등권 운동을 이끈 ‘We Shall Overcome’에까지 비견된다. 이날 무대에서 ‘Alright’은 스크린에 거대한 화염이 투사되며 시작됐다. 몸에 불붙은 채 외치는 듯한 라마의 ‘괜찮을 거야’는 ‘미국 사회는 아직 불타고 있다, 우린 지금 위험하다’는 역설로 읽혔다.

 라마는 최근 앨범 ‘Damn’과 영화 ‘블랙 팬서’ 사운드트랙에서 외로운 흑인 영웅을 자처한다. ‘아무도 날 위해 기도해주지 않아’라는 절규가 교향곡의 주제선율처럼 여러 곡에서 반복된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 곡은 다름 아닌 ‘블랙 팬서’의 주제곡 ‘All the Stars’였다. 수많은 별빛은 지나간 시대의 검은 영웅들을 은유한다. 마침 객석에 하나둘 휴대전화 손전등이 켜지자 그는 관객들을 독려했다. “그래, 그거 좋아. 더, 더 켜서 들어줘.” 객석을 보며 라마는 누굴 떠올렸을까. ‘Backseat Freestyle’에서 외친(‘Martin had a dream!’) 마틴 루서 킹 주니어도 그들 중 하나였을까.


임희윤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