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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짜리 신념들’

Posted 2017-04-19 07:18,   

Updated 2017-04-1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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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두절(無頭節·상사 없는 날)과 길과장(길에서 사라진 과장). 정부 부처가 대거 옮겨간 세종시의 행정비효율을 상징하는 표현들이다. 장관부터 국과장까지 줄줄이 자리 비우는 날이 많아서 ‘사무관의 천국’이란 말도 생겼다. 2015년 국감에선 박근혜 정부 3년간 공무원 국내출장비와 출퇴근에 쓴 예산만 780억원이 넘은 사실이 드러났다.

 ▷2002년 대선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선거에서 재미 좀 봤다”고 자평했다. 2007년 대선에선 세종시에 찬성한 이명박(MB) 당시 대통령도 서울시장 시절엔 반대했던 전력이 있다. 2009년 MB가 국가백년지계를 강조하며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자 여당에서 ‘원안 고수’를 외치며 반대한 주역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2005년 한나라당 대표로 행정도시특별법을 제정한 그는 “정치는 신뢰인데 신뢰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신념을 고수했다. 당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미생지신(尾生之信·미생이 애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비 오는 날 다리 밑에서 기다리다가 익사했다는 고사)을 인용하며 정부 잘못은 고쳐야 신뢰 받는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최근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는 15일자 사설 ‘트럼프 씨의 10초짜리 신념’에서 시리아 사태 불개입 등 기존 입장을 뒤집은 15개 항목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트럼프가 유일하게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배신’뿐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한다는 의미여서 지지자들은 되레 반긴다는 분석기사도 같은 날 실렸다.

 ▷박 전 대통령은 신뢰와 원칙을 자랑했다. 이는 2012년 대선의 성공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당선이후 융통성 없는 불통스타일로 굳어져 추락을 자초했다. 소신을 지켰느냐, 바꿨느냐 보다 그 신념이 국익과 국민에 얼마나 보탬이 되는지를 따져야 할 이유다. 눈앞의 이익을 쫒아 현란하게 말을 바꾸는 것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에만 집착하는 것도 경계 대상이다. 유권자의 눈이 더 매서워야한다.